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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맡길 업무와 사람이 직접 해야 할 업무, 어떻게 구분합니까?

최영훈읽는 시간 8
AI에게 맡길 업무와 사람이 직접 해야 할 업무, 어떻게 구분합니까?

지난달 한 제조회사의 인사팀장님께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희 채용 담당자 자리, AI가 대체할 수 있을까요?"

저는 답을 드리는 대신 되물었습니다.

"그 담당자분께서 수행하시는 업무를 항목별로 정리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팀장님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없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팀장님의 질문에 바로 답을 드리지 못한 이유는, 물으신 단위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채용 담당자라는 하나의 직무 안에는 여러 업무가 들어 있습니다. 그 여러 업무 가운데 어떤 것은 AI에게 맡길 수 있고, 어떤 것은 사람이 직접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직무 전체를 하나로 묶어 물으시면 저는 '대체할 수 있다'와 '대체할 수 없다' 둘 중 하나로만 답해야 합니다. 어느 쪽으로 답해도 절반은 틀린 답이 되는 것이죠.

오늘 글의 핵심을 먼저 세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하나. 「이 직무를 AI가 대체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시면 정확한 답을 얻기 어렵습니다. 하나의 직무 안에 AI에게 맡길 수 있는 업무와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업무가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둘. 그래서 직무를 과업, 곧 업무 단위로 나눈 다음 과업마다 이렇게 물으셔야 합니다. "이 업무를 AI가 잘못 처리했을 때, 우리가 그것을 언제 알아챌 수 있습니까?"

셋. 잘못 처리된 것이 바로 드러나는 업무는 AI에게 맡겨도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랫동안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업무는 사람이 직접 하셔야 합니다. AI가 잘못 처리한 결과물이 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쌓이기 때문입니다.

채용 담당자의 업무 여섯 가지를 잘못 처리했을 때 언제 드러나는지로 구분한 표
채용 담당자의 업무 여섯 가지를 잘못 처리했을 때 언제 드러나는지로 구분한 표

1. 「이 직무를 AI가 대체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으시면 왜 답을 드릴 수 없을까요?

직무는 여러 개의 과업이 모여 있는 묶음이고, AI가 대신할 수 있는지는 묶음 전체가 아니라 과업 하나하나마다 따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거래처에 보낼 영문 편지를 번역기로 작성하신다고 해 보겠습니다. 번역기가 대신해 준 업무는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 편지를 왜 보내야 하는지, 거래처가 지금 무엇을 걱정하고 있어서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하는지는 번역기가 알지 못합니다. 그 두 가지 판단은 여전히 사람이 합니다. 번역기가 대신한 것은 '거래처에 편지를 보내는 일' 전체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번역이라는' 하나의 업무인 것이죠.

회사의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채용 담당자의 여러 업무 가운데 몇 가지를 AI가 대신 처리하게 되는 것이지, 채용 담당자라는 직무 자체를 AI가 대신 처리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글 클라우드가 2026년에 발표한 AI 에이전트 보고서도 같은 방향을 말합니다. 직원의 역할이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 쪽에서 방향을 정하고 판단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쪽으로 옮겨간다는 것입니다.

저희 방식으로 다시 판단해 보겠습니다. 그러려면 어떤 업무를 넘겨도 되고 어떤 업무에 사람의 판단을 남겨야 하는지부터 가려내야 합니다. 그 일이 바로 직무분석의 과업 도출입니다. 새로 배우셔야 할 방법이 아니라, 직무분석에서 이미 사용해 온 방법을 지금 상황에 사용하시는 것이죠.

2. 과업마다 이 질문 하나를 던지시면 됩니다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업무를 AI가 잘못 처리했을 때, 우리가 그것을 언제 알아챌 수 있습니까?"

답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ㄱ. 그날 바로 알아챌 수 있다 — AI에게 맡겨도 될 가능성이 높은 과업입니다.

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거나 한참 뒤에야 알게 된다 — 사람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과업입니다.

이 질문이 두 종류의 업무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이유는, AI에게 업무를 맡기면 처리 속도가 빨라지는데 AI가 잘못 처리한 업무까지도 똑같이 빠른 속도로 쌓이기 때문입니다.

서류 심사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사람이 심사할 때는 하루에 서른 건을 처리했고, 판단이 이상한 서류가 나오면 담당자가 그 자리에서 알아챘습니다. AI에게 맡기면 하루에 백 건씩 처리됩니다. 그중 어떤 서류가 잘못 심사되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 잘못 심사된 서류가 걸러지지 않은 채 매일 백 건 단위로 쌓이는 것입니다. 나중에 이걸 한꺼번에 걸러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아찔하죠.

3. 채용 담당자의 업무 여섯 가지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 담당자의 업무를 여섯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ㄱ. 채용 공고문 작성

ㄴ. 지원 서류 접수와 정리

ㄷ. 서류 심사

ㄹ. 면접 일정 조율

ㅁ. 면접 진행과 평가

ㅂ. 합격 통보와 입사 안내

ㄴ(서류 접수)과 ㄹ(일정 조율)과 ㅂ(합격 통보)은 잘못 처리되면 그날 바로 드러납니다. 같은 지원자가 두 번 등록되고, 면접 시간이 겹치고, 안내 메일이 반송됩니다. AI에게 맡기셔도 될 가능성이 높은 업무들입니다.

ㄱ(공고문 작성)과 ㄷ(서류 심사)과 ㅁ(면접 평가)은 다릅니다. 공고문에 그 직무와 맞지 않는 자격요건을 기록해도 지원자는 옵니다. 서류 심사에서 잘못 탈락시킨 지원자는 회사에 오지 않으니, 그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아예 없습니다. 잘못되었다는 것은 여섯 달쯤 뒤에야 드러납니다. 채용한 사람이 그 업무를 해내지 못할 때입니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무를 수가 없는 일이죠.

(회사와 직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예시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세 가지 업무는 전부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업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판단에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 기준은 채용하려는 직무의 직무기술서에서 나옵니다. 생산관리 담당자를 채용하는 자리라면 서류 심사 기준이 이런 문장이 됩니다.

"설비가 멈췄을 때 원인을 스스로 확인하고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긴 경험이 있는가."

이 문장은 그 직무의 고성과자들이 실제로 수행하는 성과행동에서 가져와 직무기술서에 기록해 둔 것입니다. 심사하는 사람이 바뀌어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성과행동을 도출하는 순서는 성과행동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순서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직무가 달라지면 심사 기준의 문장도 달라집니다.)

많은 분들이 AI를 도입하면 직무분석은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AI에게 맡기는 업무가 늘어날수록 사람에게는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업무만 남고, 그 판단의 기준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직무분석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AI 도입의 성패는 어떤 AI를 도입하느냐보다, 우리 회사의 업무를 과업 단위로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느냐에서 결정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질문. 과업을 몇 개로 정리해야 합니까?

답변. 다섯에서 열 개 사이면 충분합니다. 스무 개가 넘어가면 과업이 아니라 동작을 기록하신 것입니다. '메일 열기'는 동작이고 '지원 서류 접수와 정리'가 과업입니다.

질문. AI에게 맡기기로 한 업무를 담당자가 내주기를 꺼리면 어떻게 합니까?

답변. 담당하던 업무가 없어지면 자기 자리도 줄어든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입니다. 그 담당자가 남는 시간에 어떤 업무를 수행하실지 먼저 정해서 알려 드리십시오. 위의 채용 담당자 예시라면 서류 심사 기준을 다시 만드는 업무입니다.

질문. 직무기술서가 없는 회사는 어디부터 시작해야 합니까?

답변. 과업 목록부터 만드시면 됩니다. 담당자에게 하루 동안 수행한 업무를 기록해 달라고 요청하시고, 그 기록을 비슷한 업무끼리 묶으시면 그것이 과업 목록입니다. 이 목록 하나만 있어도 오늘 말씀드린 질문을 바로 던지실 수 있습니다.

지금 검토 중인 그 업무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팀에서 AI를 도입해 보려고 검토 중인 업무가 하나쯤 있으실 것입니다. 그 업무 하나만 놓고 물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업무를 AI가 잘못 처리하면, 우리는 그것을 언제 알게 됩니까?"

답이 '여섯 달 뒤'라면 그 업무는 아직 AI에게 맡기실 때가 아닙니다. 그 업무가 제대로 처리되었는지를 판단할 기준부터 문서로 만드셔야 합니다. AI는 그 문서가 만들어진 다음에 도입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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