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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기술서, 만들어 놓고 왜 다시 열어보지 않을까요?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항목 8가지

최영훈읽는 시간 11

하나. 직무기술서를 만들어 놓고도 아무도 열어보지 않는 이유는 대개 하나입니다. 업무 목록만 적혀 있고, 그 일이 만들어야 할 성과가 빠져 있기 때문인데요. 둘. 직무기술서는 직무분석의 마지막 산출물입니다. 직무분류, SME 선발, 성과영향요소 도출을 거쳐 나온 결과가 담기는 자리인 것이죠. 셋. 핵심 수행과업, 미션, 성과목표, CSF, 성과행동, 성과지표, 직무역량, 직무자격요건. 이 여덟 항목이 순서대로 들어가야 채용과 평가와 교육이 하나로 연결됩니다.

컨설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요청드리는 자료가 있습니다. 그 회사의 직무기술서인데요. 받아서 열어보면 열에 아홉은 모양이 비슷합니다. 담당 업무가 스무 줄쯤 빼곡히 적혀 있고, 그 아래에 학력과 경력 요건이 몇 줄 붙어 있죠.

그리고 담당자분께 여쭤봅니다. "이 문서, 올해 채용 공고 쓰실 때 열어보셨나요?"

돌아오는 답이 대체로 같습니다. "아니요. 그건 그때 만들어 놓은 거라서요."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만든 직무기술서가, 도대체 왜 만든 그날 이후로 열리지 않는 걸까요?

오늘은 그 이유와 함께, 직무기술서 작성 시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항목 여덟 가지를 순서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업무 목록은 있는데, 성과가 없습니다

활용되지 않는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를 열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거의 예외 없이 "무슨 일을 하는가"만 적혀 있다는 점인데요. 담당 업무는 스무 줄씩 나열되어 있는데, 그 일을 통해 무엇을 만들어내야 하는지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여기서 잠깐 성과가 무엇인지부터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저는 성과를 결과적 효익이라고 정의합니다. 결과가 아니면 성과가 아니고, 좋은 것이 아니면 성과가 아닌 것이죠.

예를 들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성과일까요? 아닙니다. 그건 과정입니다. "성적을 올린다"가 성과인 것이죠. 마찬가지로 "고객을 자주 방문한다"는 성과가 아닙니다. 가치중립적인 과정일 뿐이고요.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가 성과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직무기술서에는 앞엣것만 적혀 있습니다. 그러니 평가 기준으로 쓸 수가 없죠. 무엇을 잘한 것으로 볼지가 문서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교육 과정을 설계할 근거로 쓸 수도 없습니다.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는 성과가 정해져야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직무기술서가 캐비닛으로 들어가는 자리입니다.

업무 목록만 있는 직무기술서와 성과 항목이 포함된 직무기술서 비교. 채용·평가·교육 활용 가능 여부의 차이
업무 목록만 있는 직무기술서와 성과 항목이 포함된 직무기술서 비교. 채용·평가·교육 활용 가능 여부의 차이

2. 직무기술서는 직무분석의 '마지막 산출물'입니다

많은 분들이 직무기술서 작성을 별도의 문서 업무로 생각하시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직무기술서는 직무분석이라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 결과가 자연스럽게 담기는 그릇입니다.

제가 워크샵에서 진행하는 직무분석 실행 절차는 네 단계입니다.

  1. 직무분류: 직군, 직종, 직무, 과업, 동작의 위계로 우리 조직의 일을 정리합니다.
  2. SME 선발: 그 직무를 가장 잘 수행하는 고성과자를 뽑습니다.
  3. 직무별 성과영향요소 도출: 미션부터 지표까지, 성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순서대로 도출합니다.
  4. 직무기술서 작성: 앞의 결과를 문서로 정리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보실 것은 직무기술서가 네 번째, 즉 맨 마지막이라는 점인데요. 앞의 세 단계 없이 네 번째만 하면 어떻게 될까요? 담당자가 자기 업무를 기억나는 대로 적은 목록이 나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그 직무기술서가 바로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죠.

직무분석 자체가 생소하시다면 직무분석이란 무엇인가, 채용·평가·교육이 따로 노는 이유 글을 먼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직무분석 실행 4단계와 직무기술서의 위치. 직무분류, SME 선발, 성과영향요소 도출을 거쳐 마지막에 직무기술서를 작성한다
직무분석 실행 4단계와 직무기술서의 위치. 직무분류, SME 선발, 성과영향요소 도출을 거쳐 마지막에 직무기술서를 작성한다

3. 직무기술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항목 8가지

세 번째 단계에서 도출하는 성과영향요소들이 곧 직무기술서의 항목이 됩니다. 순서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직무 기본정보와 분류상 위치

직무명과 소속만 적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직군, 직종, 직무, 과업으로 이어지는 위계에서 이 직무가 어디에 있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그래야 옆 직무와의 경계가 분명해지고, 조직 개편 논의에서 근거로 쓸 수 있습니다. 개정일자도 반드시 넣으시기 바랍니다.

둘째, 핵심 수행과업

여기서부터가 본론인데요. 단순 나열이 아니라 표로 정리하셔야 합니다. 제가 워크샵에서 쓰는 양식은 다섯 개 칸으로 되어 있습니다.

핵심 수행과업, 업무비중, 중요순위, 주요 이해관계자, 기대가치. 과업은 다섯에서 일곱 개 정도로 추리고, 업무비중은 합이 100이 되게 배분합니다.

이 표가 왜 중요할까요? 이해관계자와 기대가치 칸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칸이 바로 다음 항목인 미션의 재료가 됩니다. 과업만 적고 끝내면 그 뒤로 아무것도 이어지지 않는데요. 이해관계자와 기대가치까지 적어 두면 미션이 이 표에서 그대로 걸어 나옵니다.

직무기술서 작성용 핵심 수행과업 표 양식 예시. 병동간호사 직무의 과업, 업무비중, 중요순위, 이해관계자, 기대가치 정리
직무기술서 작성용 핵심 수행과업 표 양식 예시. 병동간호사 직무의 과업, 업무비중, 중요순위, 이해관계자, 기대가치 정리

셋째, 미션(기대역할)

이 직무가 조직에 존재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앞의 표에서 업무비중과 중요순위가 높은 과업을 중심으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누구인지, 그가 원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지를 뽑아 문장으로 만듭니다.

병동간호사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과업 표를 정리해 보면 환자 처치와 상태 체크가 업무비중과 중요순위 모두 위에 옵니다. 핵심 이해관계자는 환자이고, 그가 원하는 가치는 신속한 회복과 고통 감소인 것이죠. 그래서 미션은 이렇게 나옵니다. "입원환자들이 신속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그들의 고통을 감소시키고 편의를 제고한다."

미션을 쓰실 때 조심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범위인데요. 너무 좁으면 내가 커버해야 할 대상이 빠지고, 너무 넓으면 내 손이 직접 닿지 않는 영역까지 들어갑니다. 간호사의 미션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한다"가 되면 곤란한 것이죠.

넷째, 성과목표

미션을 이루기 위해 이번 기간에 만들어야 할 결과 상태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지키실 원칙이 하나 있는데요. 하는 일(Do)이 아니라 되어 있어야 할 상태(Be)로 쓰셔야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결과적 효익이 바로 이 자리에 오는 것입니다.

다섯째, CSF(핵심성공요인)

성과목표 달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여기서 결정적이라는 말이 핵심인데요. 영향을 주는 요인은 수십 개지만, 그중 승부를 가르는 것은 두세 개뿐입니다.

살을 빼는 경우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운동과 음식과 수면이 모두 영향을 주지만, 결정적인 것은 대개 음식이죠. 운동에 아무리 시간을 써도 먹는 것이 그대로면 결과가 잘 안 나오니까요. CSF를 찾는다는 것은 바로 그 음식을 찾는 일입니다.

여섯째, 성과행동

CSF를 확보하기 위해 실제로 해야 하는 행동입니다. 여기서 갈래가 둘로 나뉘는데요. 한쪽으로는 성과지표가, 다른 쪽으로는 직무역량이 나옵니다.

일곱째, 성과지표(PI)와 KPI

성과행동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성과목표가 달성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지표입니다. 지표 후보를 넓게 펼친 다음, 우리 성과목표를 가장 잘 대표하는 것을 골라 KPI로 확정합니다. 이 단계를 AI에게 통째로 맡기면 왜 작동하지 않는지는 AI가 KPI를 도출해줬는데 왜 효과가 없을까요 글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여덟째, 직무역량과 직무자격요건

성과행동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그리고 채용 시점에 확인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은 무엇인지를 적습니다. 이 둘은 성격이 다르니 섞어 쓰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역량은 수행에 필요한 능력이고, 자격요건은 서류로 확인 가능한 조건인 것이죠.

4. 순서를 건너뛰면 전부 무너집니다

지금까지 항목을 순서대로 말씀드린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순서는 목차가 아니라 도출 순서이기 때문인데요.

미션이 서지 않으면 성과목표가 서지 않습니다. 성과목표가 흔들리면 CSF가 엉뚱한 곳을 가리키고, 그러면 성과행동도 지표도 전부 어긋납니다. 체인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한 고리가 끊어지면 그 아래가 통째로 무너지니까요.

그래서 여러분들의 직무기술서를 점검하실 때는 항목이 몇 개나 있는지를 세지 마시고, 앞 항목에서 뒤 항목이 나왔는지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미션과 아무 관련 없는 성과목표, 성과목표와 무관한 지표가 나란히 적혀 있다면 그 문서는 칸이 다 채워져 있어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5. 한 번 만들고 끝나는 문서가 아닙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직무기술서는 완성해서 보관하는 문서가 아니라 갱신하는 문서라는 점입니다.

제가 블로그에서 다룬 떡볶이집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래 잘되던 가게였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위생이 맛에 준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습니다. 그 변화를 놓치는 바람에 결국 문을 닫게 되었죠. CSF가 바뀌었는데 예전 CSF를 붙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직무도 똑같습니다. 시장이 바뀌고 기술이 바뀌면 성과목표가 바뀌고, 성과목표가 바뀌면 CSF와 성과행동과 역량이 따라 바뀌어야 합니다. 3년 전에 만든 직무기술서를 그대로 쓰고 계시다면, 그 안의 CSF가 지금도 결정적인지 반드시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6. 자주 받는 질문

직무기술서와 직무명세서는 어떻게 다른가요?

직무기술서는 그 직무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만들어내야 하는지를 적은 문서이고, 직무명세서는 그 일을 하기 위해 사람이 갖춰야 할 조건을 적은 문서입니다. 실무에서는 둘을 한 장으로 합쳐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합치더라도 앞에서 말씀드린 여덟 번째 항목처럼 역량과 자격요건은 구분해 적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직무기술서는 누가 작성해야 하나요?

인사담당자가 혼자 쓰면 안 됩니다. 그 직무를 가장 잘 수행하는 고성과자(SME)가 내용을 내고, 인사담당자는 형식과 일관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으시는 것이 맞습니다. 직무분석 4단계 중 두 번째가 SME 선발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해야 하나요?

최소 연 1회를 권합니다. 다만 정해진 주기보다 중요한 것은 계기인데요. 조직 개편, 신규 사업 진입, 주요 기술 도입처럼 성과목표가 바뀔 만한 일이 있었다면 주기와 무관하게 바로 손보셔야 합니다.

직무기술서 양식은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직무기술서 양식과 작성 샘플을 자료실에서 무료로 내려받으실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 없이 바로 다운로드하실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과업은 몇 개 정도가 적당한가요?

핵심 수행과업 기준으로 다섯에서 일곱 개가 적당합니다. 스무 개씩 적으시면 관리가 되지 않고, 무엇이 중요한지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업무비중 합을 100으로 맞추다 보면 자연스럽게 추려집니다.

7. 오늘 해보실 점검 한 가지

이번 주중에 여러분들 회사의 직무기술서를 한 부만 꺼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딱 한 가지만 확인해 보세요. 그 문서에 이 직무가 만들어야 할 결과가 적혀 있는지를요.

담당 업무는 빼곡한데 성과가 없다면, 바로 그 빈칸이 지금 여러분들 회사의 채용과 평가와 교육이 따로 노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 빈칸을 채우는 일은 문서를 다시 예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 직무가 조직에 무엇을 만들어주어야 하는지를 다시 합의하는 일입니다.

그 합의부터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바로 쓰실 수 있는 양식

이 글의 내용을 실무에 적용할 때 쓰는 자료입니다. 회원가입 없이 내려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