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 왜 실패할까요? 성과관리 도구로서의 KPI와 전체 프로세스 (연재①)

하나. KPI를 열심히 도출해 놓고도 성과가 오르지 않는다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KPI를 '연말 평가 점수'로 오해하고, '성과를 만드는 도구'로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둘.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성과목표’라는 도미노는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에 있습니다. 대신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맨 앞 도미노인 KPI를 관리하게 되면, 성과활동 도미노가 넘어가고(성과활동이 더 바람직한 방식으로 바뀌고), CSF 도미노가 넘어가서(CSF가 확보되어서), 마지막 도미노인 성과목표 도미노를 넘길 수 있습니다(성과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셋. 그래서 KPI는 이 순서에 따라 도출하고 성과관리는 이 순서대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해 팀 KPI요? 연초에 정해서 인사팀에 제출했고, 연말에 그걸로 평가받습니다."
강의장에서 KPI 이야기를 꺼내면 가장 자주 듣는 대답인데요. 그리고 이어서 여쭤봅니다. "그 지표, 평소에 얼마나 자주 보시나요?" 그러면 대부분 멋쩍게 웃으십니다. 연초에 한 번, 연말에 한 번. 나머지 시간에는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숫자인 것이죠.
공들여 만든 KPI가, 도대체 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걸까요?
오늘부터 KPI를 제대로 도출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여러 편에 걸쳐 정리해 보려 합니다. 그 첫 편으로, KPI가 무엇을 위한 도구인지, 그리고 전체 도출 과정이 어떠한지를 큰 그림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1. KPI는 '평가 지표'가 아니라 '성과지표’입니다
많은 조직에서 KPI는 연말에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만 사용됩니다. 그러다 보니 KPI라는 말만 들어도 긴장부터 하게 되는데요. 사실 이렇게 사용하면 성과창출에서 막강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KPI의 힘을 절반도 못 쓰는 것입니다.
‘KPI는 비행기의 계기판과 같다’라는 KPI에 대해서 아주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조종사가 계기판을 보는 이유는 착륙한 뒤에 점수를 매기기 위해서가 아니죠. 비행 중에 경로를 이탈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벗어났으면 지금 방향타를 트는 것입니다. 그 계기판의 지표들을 활용해서 비행기를 안전하고 정확하게 목표지점까지 인도할 수 있는 것이죠.
건강검진도 마찬가지인데요.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1년에 딱 한 번, 연말에 한 번 측정하고 방치한다면 건강이 좋아질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수치를 수시로 보고, 그에 맞춰 식습관과 운동을 그때그때 바꿀 때 비로소 몸이 좋아지는 것이죠.
바로 이 지점이 핵심입니다. KPI가 성과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는 이유는, 그 수치를 관리하면 사람의 ‘행동이 성과에 긍정적인 방식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측정하고 들여다보는 순간, 우리는 그 숫자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이전과는 다르게 행동하게 됩니다.
역으로 사람의 행동을 바꾸지 못하는 KPI는 무의미한 KPI라고도 말할 수 있겠죠.
2. 도미노가 넘어지는 순서: 성과목표는 직접 넘길 수 없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성과목표를 달성하고 싶다고 해서 지금 즉시 우리의 에너지가 성과목표에 닿을 수 있을까요? 절대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성과목표는 우리가 손으로 직접 넘길 수 있는 정도의 가까운 범위 내에 있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도미노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맨 뒤에 세워둔 가장 큰 도미노가 성과목표입니다. 그런데 우리 손이 실제로 닿는 것은 맨 앞의 도미노, 바로 KPI입니다. 수치는 지금 바로 우리 눈 앞에 있기 때문이죠.

순서는 이렇게 흐릅니다.
성과목표를 달성하려면 핵심성공요인(CSF)를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CSF는 저절로 확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성과활동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을 때에만 CSF가 확보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성과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관련된 지표들에 변화가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로 눈앞에 있는 KPI를 관리하면, 사람들의 성과활동이 바뀌고, 그 활동들이 더 바람직해지면 핵심성공요인(CSF)이 확보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결국 마지막 도미노인 성과목표 도미노를 넘길 수 있게 되는 것이죠.
3. 전체 도출 프로세스 한눈에 보기

먼저 도출할 때는 거꾸로 내려옵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성과목표’를 맨 먼저 결정하고, 그 성과목표를 달성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CSF를 도출한 후, CSF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성과활동을 정리한 다음, 그 활동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KPI를 제일 마지막에 도출합니다. 목표에서 출발해 거슬러 내려오는 것이죠.
반대로 실제로 성과를 관리할 때는 앞에서부터 관리합니다. 우리가 수시로 관리하는 것은 맨 앞의 KPI 수치이고, 그 수치를 더 바람직한 수치로 만들기 위해 성과활동을 더 바람직한 방식으로 변경해 가면서 실행합니다. 성과활동이 더 바람직한 방식으로 수행되면 더 많은 CSF를 확보하게 되고, 결국 성과목표를 달성하게 됩니다.
이 양방향을 머릿속에 넣어두시면 KPI를 도출하는 프로세스를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본 시리즈의 3편부터는 이 순서를 하나씩, 양식의 칸을 채워가며 함께 도출해 볼 예정입니다.
4. 빠르게 갈까요, 완성도를 높일까요? — Basic과 Advanced
이 과정을 얼마나 깊이 밟을지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서 두 갈래 길을 준비했는데요.
첫째, Basic Level입니다. 30의 노력으로 70점의 결과물을 얻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KPI를 도출해 내야 하는, 이른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들을 위한 코스인데요. 성과목표 설정, 성과활동 찾기, KPI 도출의 세 단계만 밟으면 이것만으로도 KPI 도출의 전 과정을 완주할 수 있습니다.
둘째, Advanced Level입니다. 70의 노력으로 90점을 얻는 길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고 조직 전체의 지표 체계를 제대로 정렬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코스인데요. 우리 팀의 성과목표를 설정하기 전에 상위 조직의 성과목표와 CSF에서 출발하고, 이 직무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즉 기대역할부터 짚고 내려옵니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렇게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주까지 당장 지표를 제출해야 한다면 Basic으로 시작하시고, 이번 기회에 팀의 성과관리 체계를 제대로 세우고 싶으시다면 Advanced로 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Basic으로 시작하셨더라도 나중에 얼마든지 Advanced로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5. 자주 받는 질문
KPI를 잘 도출하기만 하면 성과가 저절로 오르나요?
아닙니다. 도미노를 세워두기만 하고 밀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맨 앞의 KPI를 실제로 관리하고 들여다볼 때, 즉 계기판을 수시로 들여다 보면서 행동을 수정할 때 비로소 성과활동이 더 바람직한 방식으로 바뀌고 결국 성과목표 달성으로 이어집니다.
KPI와 OKR은 다른 건가요?
본질은 같고 세부 특성은 조금 다릅니다. KPI는 성과목표가 잘 달성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지표이고, OKR은 도전적인 목표와 그 핵심 결과를 다루는 프레임워크인데요.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층위가 다른 도구입니다. 이 부분은 연재 뒤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KPI는 몇 개나 도출해야 하나요?
많을수록 좋은 것이 절대 아닙니다. 관리할 수 있는 만큼만 만들어야 하는데요. 개수에 관한 이야기는 연재 뒷부분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우리 회사는 이미 KPI가 있는데 다시 만들어야 하나요?
있다면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KPI가 성과목표에서 제대로 도출된 것인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환경이 바뀌면 지표도 다시 설계해야 하는 이유는 이 글에서 다루었습니다.
6. 오늘 해보실 점검 한 가지
이번 편을 마치며 딱 한 가지만 실행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우리 회사의 KPI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연말 평가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다면 그것은 '실제 성과관리 도구'로 쓰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실무자와 관리자들이 이를 주기적으로 열어보고 각종 대화의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 '성과관리 도구'로 살아 있는 것이고요.
만약 전자라면, 그 KPI를 계기판 자리로 옮겨오는 것이 이 연재의 목표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 출발점으로 "성과관리란 무엇인가, 그리고 성과란 대체 무엇인가"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열심히 했다'는 것이 왜 성과가 아닌지, 그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바로 쓰실 수 있는 양식
이 글의 내용을 실무에 적용할 때 쓰는 자료입니다. 회원가입 없이 내려받으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