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와 KPI는 어떻게 다른가요? 수십 개 후보에서 KPI를 선정하는 기준 (연재⑥)

하나. 성과활동을 아무리 충실히 실행해도 그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실행력이 시들해지는 것이죠.
둘. 이 문제를 풀어 주는 것이 지표인데요. 성과활동에 영향을 받는 수치를 최대한 많이 찾아 PI로 담아 둔 다음, 그중 성과목표와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하나를 KPI로 결정합니다.
셋. 오늘은 KPI 도출 양식의 마지막 묶음인 3-1) PI 도출과 3-2) KPI 선정을 다루면서 Basic Level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올해는 정말 계획대로 열심히 했는데, 연말에 남는 게 없네요."
성과목표도 잘 설정하셨고 성과활동도 성실히 실행하신 분들께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지난 편에서 성과활동을 무엇을·어떻게·언제로 정리해 보았으니, 오늘은 그 활동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장치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1. 열심히 하는데, 도대체 왜 할 맛이 안 날까요?
제가 건강이라는 성과목표를 위해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실시한다'라는 성과활동을 정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오늘 30분을 걸었다고 해서 오늘 저녁에 제 몸이 건강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바로 여기에 실행력이 무너지는 원인이 있는데요. 행동 직후에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으면 사람은 그 행동을 오래 유지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더 빠르실 겁니다. 도박이 그렇게 강력하게 사람을 붙잡아 두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베팅이라는 행동의 결과를 행동 직후에 곧바로 숫자로 보여주기 때문이죠.
그러니 이 원리를 우리 성과에도 그대로 가져오면 됩니다. 내가 한 행동의 결과를 수치로 보여주는 장치, 그것이 바로 지표입니다.

지표를 곁에 두면 이런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성과목표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고, 방식을 바꿔 볼 때마다 수치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더 나은 방식을 찾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이 일이 정말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확신이 쌓이면 행동은 더 강해지고, 강해진 행동은 다시 성과를 끌어올리죠. 1편에서 KPI를 자동차 계기판에 비유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2. PI와 KPI는 무엇이 다른가요?
KPI는 Key Performance Indicator의 줄임말이죠. 여기서 Key를 떼어 내면 Performance Indicator, 즉 PI가 남습니다. 이름 그대로 KPI는 수많은 PI 가운데 가장 Key가 되는 하나를 뜻하는 것이죠.
그래서 KPI를 도출하는 절차도 두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먼저 PI를 널리 도출하고, 그다음 그중에서 Key를 결정합니다.

여기서 여러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KPI를 고르는 일이 어렵다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실제로 어려운 일은 그 앞 단계에 있습니다. KPI 선정은 결정과 선택의 영역이라 후보만 잘 갖춰져 있으면 오히려 수월한 편이죠. 정말 힘든 것은 후보가 될 PI를 충분히 많이 찾아내는 일입니다.
3. PI는 저수지에 물을 채우듯 담아 둡니다
PI를 도출하는 기준은 앞 단계에서 완성하신 '2-4) 정리' 문장입니다. 그 활동을 성공적으로 실행했을 때, 또는 반대로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을 때 어떤 수치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을지 생각하시면서 '3-1) PI' 칸에 적어 주시면 됩니다.
이때 지켜 주셔야 할 것이 네 가지 있습니다.
첫째, 최대한 많이 담으세요.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되면 빠짐없이 적으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사소해 보이는 지표라도 상황이 바뀌면 중요해질 수 있고, 후보가 많아야 그 안에서 좋은 KPI가 나올 가능성도 커지니까요. 저수지에 물이 넉넉해야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둘째, 같은 PI가 여러 성과활동에서 반복해서 나와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반복 등장은 좋은 신호인데요. 그 지표 하나로 여러 활동의 진행 상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뜻이니, KPI 후보로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셋째, 엑셀 셀 하나에는 PI 하나만 넣어 주세요. 한 칸에 여러 개를 몰아 적으면 나중에 정렬과 비교가 어려워집니다.
넷째, 반드시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 형태로 적어야 합니다. 자주 나오는 실수인데요. '업무 효율화' 같은 표현을 PI 칸에 적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지표가 아니라 방향이죠. 오히려 성과목표에 가깝습니다. '고객 만족도 점수(5점 만점)', '월별 재방문율(%)', '재고 폐기 금액'처럼 실제로 셀 수 있는 형태여야 합니다.
여기서 잠깐. AI의 도움을 받으실 때 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인사담당자 KPI 도출해줘" 같은 프롬프트는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나온 지표로는 성과목표에서 성과활동을 거쳐 지표로 이어지는 흐름을 전혀 알 수 없으니까요. 도움을 받으시더라도 "나는 ○○담당자이고, 내 성과목표는 ○○이며, 이를 위해 ○○라는 성과활동을 실행한다. 이 활동을 잘하거나 못했을 때 영향받는 수치를 최대한 많이 찾아줘"처럼 앞 단계에서 직접 정리하신 내용을 넣어 주셔야 합니다.
4. 수십 개 중에서 무엇을 KPI로 결정해야 할까요?
이제 저수지에 담긴 PI 가운데 Key를 고를 차례입니다. 기준은 하나입니다.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성과목표와 가장 크게 관련되는 지표인가.
KPI는 바둑의 절묘한 한 수와 같습니다. 판 전체를 다 두는 것이 아니라 딱 한 곳을 정확히 짚었을 뿐인데 나머지 돌들이 따라 살아나는 자리가 있죠. KPI도 그렇습니다. 그 지점 하나를 제대로 관리하면 나머지 지표들이 따라오기 때문에, 수십 개를 매일 들여다보지 않아도 됩니다. 성과목표 하나당 한 개, 많아야 두 개면 충분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고르실 때 피하셔야 할 유형이 있습니다.
첫째, 내가 임의로 통제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평가제도 설명회 실시 여부', '교육훈련 실시 횟수' 같은 것들이죠. 이런 지표는 일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일단 하기만 하면 수치가 좋아집니다. 대충 하고도 성과가 좋아 보일 수 있다는 뜻이죠. PI로 두고 참고하시는 것은 좋지만 KPI로는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둘째, 정성적 판단에 기대는 지표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완성도'인데요. 충실도, 적절성, 기여도, 이해도 같은 표현도 같은 계열입니다. 평가자의 주관이 크게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 객관적인 판단을 돕는다는 KPI 본래의 취지와 어긋나게 됩니다.
셋째, 우리 회사가 실제로 집계할 수 없는 지표입니다. 아직 상담 만족도를 조사하지 않는 소규모 회사가 '콜센터 상담 고객만족도'를 KPI로 삼으면, 그 숫자 하나를 얻기 위해 조사 비용을 따로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꼭 더해 주시기 바랍니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 수시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반드시 하나는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유도 선수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올림픽 3위'를 KPI로 잡으면 어떻게 될까요?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는 자신이 메달권인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대신 세계랭킹, 국제대회 승률, 주특기 기술 한판승 비율을 함께 관리한다면, 랭킹이 정체되거나 승률이 떨어질 때 곧바로 훈련 방향을 바꿔 볼 수 있죠. 결과가 나오기 한참 전에 손을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 선정 과정에서 후보들을 놓고 점수를 매겨 비교하는 채점 기준도 있습니다만, 그 부분까지 여기서 다루면 내용이 너무 무거워지니 저서에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5. 실제로 채운 표는 이런 모습입니다
앞 편에서 예로 들었던 자동차 영업사원의 성과목표를 이어서 채워 보겠습니다.

지면 관계로 성과활동마다 PI를 세 개씩만 적었지만, 실제로는 열 개 이상 나오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리고 각 활동에서 뽑은 후보 가운데 성과목표와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두 개, 여기서는 '인도 하자 발생률'과 '인도시 고객만족도'로 최종 압축하는 것이 좋습니다.
6. 지표는 생각지 못한 것을 알려 줍니다
여기서 잠깐 제 이야기를 하나 해보겠습니다.
저는 당뇨가 있음을 알게 된 후로 식후 혈당 안정화가 매우 중요한 성과가 되었는데요. 운동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실시한다'를 성과활동으로 삼아 거의 매일 실행했습니다. 3년 정도 이어 가면서 체중은 30킬로그램가량 줄었고 혈당도 당뇨가 없는 분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근육량 지표를 보고 놀랐습니다. 3년 전과 거의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조금 떨어져 있었죠.
근육이 많아야 혈관 속 혈당을 스스로 흡수하기 때문에 근육량은 혈당 안정화에 결정적입니다. 걷기와 뛰기 위주로 그렇게 열심히 운동했는데도 근육량이 그대로였다는 사실을 지표가 알려 준 것이죠. 그래서 저는 성과활동을 수정했습니다. 계단 오르기 같은 고강도 하체 운동으로 식후 혈당을 1차 방어한 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늘리는 방식으로요. 단백질 섭취 타이밍에 관한 활동도 새로 추가했습니다.
지표관리의 핵심이 바로 이것입니다. 수치가 오르내리는 것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수치가 주는 힌트를 읽고 내 활동을 더 나은 쪽으로 바꾸는 것이죠.
7. 여기까지가 Basic Level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여기까지 오셨다면 Basic Level의 세 단계, 성과목표 설정에서 성과활동 찾기를 거쳐 KPI 도출까지 한 바퀴를 완주하신 것입니다. 100의 노력 중 30을 들여 70점짜리 KPI를 만드는 과정을 마치신 셈이죠.
이제는 AI에게 물어보면 KPI가 툭 튀어나오는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이 과정을 직접 손으로 해보시라고 권해 드리는 이유가 있는데요. 성과와 활동과 지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스스로 겪어 보면, 성과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활동과 내가 필요해서 하겠다고 결정한 활동의 실행력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죠.
더 완성도 높은 KPI를 원하신다면 다음 편부터 시작되는 Advanced Level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100의 노력 중 70을 들여 90점짜리 KPI를 만드는 과정인데요. 우리 팀 목표를 회사 목표와 연결하는 방법, 성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핵심성공요인(CSF)을 찾아내는 방법, 그리고 결과지표와 선행지표를 나누어 KPI를 정교하게 다듬는 방법을 차례로 다루겠습니다.
8. 자주 받는 질문
PI는 몇 개나 도출해야 하나요?
정해진 수는 없고, 많을수록 좋습니다. 성과활동 하나에서 열 개 이상 나오는 것이 보통인데요.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는 수치라면 사소해 보여도 일단 적어 두시기 바랍니다. 후보가 넉넉해야 좋은 KPI가 나옵니다.
KPI는 몇 개가 적당한가요?
성과목표 하나당 한 개, 많아야 두 개를 권해 드립니다. 성과목표가 3개라면 KPI는 3개에서 6개 사이가 됩니다. 그 이상으로 늘어나면 집중 관리라는 KPI 본래의 취지가 흐려집니다.
'교육훈련 실시 횟수'를 KPI로 쓰면 안 되나요?
PI로는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지표는 그대로인데 이 수치만 크게 떨어졌다면 교육을 너무 적게 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KPI로는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완성도와 무관하게 횟수만 채우면 좋아 보이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PI가 여러 성과활동에서 중복으로 나옵니다.
그대로 두시면 됩니다. 오히려 반복해서 등장하는 PI일수록 KPI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지표 하나로 여러 활동의 상태를 함께 볼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결과가 나와야만 알 수 있는 지표만 KPI로 잡았는데 괜찮을까요?
과정에서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를 하나 더 넣으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결과 지표만 있으면 일이 끝난 뒤에야 잘잘못을 알게 되어, 중간에 방향을 바꿀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오늘 확인해 보실 한 가지
지금 조직에서 쓰고 계신 KPI를 한번 꺼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씩 살펴보면서 물어보세요. 이 지표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좋게 만들 수 있는 종류인가, 아니면 실제 성과가 좋아져야만 올라가는 종류인가.
전자에 해당하는 지표가 섞여 있다면, 그 지표는 PI 자리로 옮기고 KPI 자리에는 다른 후보를 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이 점검 하나만으로도 내년 성과관리의 방향이 꽤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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