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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 잘하면 왜 생산은 힘들어질까요? KPI 평가가 만드는 위험과 보완법 (연재⑨)

최영훈읽는 시간 10
영업이 잘하면 왜 생산은 힘들어질까요? KPI 평가가 만드는 위험과 보완법 (연재⑨)

매출 목표를 채운 영업팀이 박수를 받는 회의실 바로 옆에서, 생산팀은 정반대의 표정을 짓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업팀이 막판 매출을 끌어올리려고 생산 라인에 납기를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고, 생산팀은 그 요청을 맞추느라 공정을 서둘렀습니다. 그 결과 불량률이 크게 올랐죠. 분기 평가표를 열어 보면 영업팀은 매출 KPI를 초과 달성해 좋은 평가를 받고, 생산팀은 불량률 KPI가 나빠져 낮은 평가를 받습니다.

같은 회사, 같은 분기에 벌어진 일인데요.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오늘 글의 핵심을 먼저 세 줄로 정리하겠습니다.

하나. KPI 수치만으로 평가하면 평가 시점이 항상 늦고,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이 섞이고, 수치를 좋게 보이게만 만드는 행동 왜곡이 생깁니다.

둘. 부서마다 KPI를 따로 설계하면 내 팀 KPI를 올리기 위해 다른 팀 KPI를 깎는 제로섬 경쟁까지 벌어집니다.

셋. 결과평가에 과정평가를 더하고, 부서 KPI에 서로의 지표를 교차로 반영하면 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지난 연재⑧에서는 결과 지표를 도출하기 어려운 지원부서를 어떻게 평가할지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한 걸음 나아가 결과 KPI 자체를 ‘평가의 유일한 잣대’로 쓸 때 어떤 위험이 생기는지, 그리고 방금 본 영업팀과 생산팀 이야기 같은 부서 간 경쟁까지 여러분들과 함께 다뤄 보겠습니다.

1. 도대체 왜 한쪽이 잘하면 다른 쪽은 힘들어지는 걸까요?

줄다리기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밧줄 양 끝에서 두 팀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있는 힘껏 당기면 밧줄은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두 팀 다 최선을 다했지만 에너지만 소모될 뿐, 밧줄이 어느 한쪽 진지로 넘어가는 성과는 나지 않는 것이죠.

영업팀과 생산팀도 같은 구조에 놓일 때가 있습니다. 영업팀의 KPI는 매출이고, 생산팀의 KPI는 불량률이나 생산 효율입니다. 두 지표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영업팀 입장에서 최선은 '무조건 빨리, 무조건 많이' 파는 것이고, 생산팀 입장에서 최선은 '무리하지 않고 정해진 속도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 두 최선이 부딪히면 회사 전체의 성과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근본 원인을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요. 문제는 영업팀이나 생산팀이 이기적이어서가 아닙니다. 각 팀의 KPI가 회사 전체의 성과목표에서 함께 출발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따로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출발점이 다르면 두 팀은 같은 편이 아니라 서로의 KPI를 갉아먹는 경쟁자로 마주 보게 됩니다.

실제로 이런 구조에서는 '내(우리 팀)가 잘되는 것'과 '남(다른 팀)이 잘 안되는 것'이 거의 같은 뜻이 되어 버립니다. 다른 팀의 성과가 떨어질수록 상대적으로 내 평가가 좋아 보이는 착시까지 생기니까요.

2. KPI 수치 하나만 보고 평가하면 또 어떤 위험이 있을까요?

줄다리기 문제 말고도, KPI 수치만으로 평가할 때 생기는 위험이 세 가지 더 있습니다.

위험 1. 평가 시점이 항상 늦습니다. 평가는 보통 분기나 반기, 많아야 1년에 한 번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그 KPI 수치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시점은 평가일이 되어서야인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가 생긴 순간과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사이에 이미 몇 달의 시차가 생기는 것이죠. 뭔가 나빠졌을 때 대책을 수립해야 할 시기를 놓쳐버립니다.

위험 2.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 섞여 들어옵니다. 영업팀이 아무리 애써도 업계 전체가 불황이면 매출은 떨어집니다. 반대로 시장이 갑자기 좋아지면 특별히 잘하지 않아도 매출은 오르죠. 그런데 결과 하나만 보고 평가하면 이 두 경우를 구분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면 직원들 사이에는 '내가 뭘 어떻게 하든 안 되는 걸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퍼지고, 이 생각은 결국 KPI라는 도구 자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집니다.

위험 3. 수치만 좋게 만들면 된다는 행동 왜곡이 생깁니다. 가장 심각한 위험입니다. 평가 기준이 KPI 수치 하나뿐이면, 직원들은 진짜 성과를 만드는 일보다 그 수치를 좋아 보이게 만드는 일에 시간을 씁니다. 이번 분기 매출 KPI를 채우기 위해 다음 분기 계약을 앞당겨 잡거나, 재고를 밀어내는 식으로도 숫자는 만들어지니까요. 그래서 잘 알려진 성과관리 방식인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 목표와 핵심결과)에서도 핵심결과 지표를 개인 평가나 보상과 직접 연결하지 말라고 권합니다. 지표가 평가·보상과 바로 연결되는 순간 사람들은 도전적인 목표 대신 이미 달성 가능한 만만한 목표를 잡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위험 모두 원인은 하나로 모입니다. 결과 하나만으로는 '그 결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KPI 결과만으로 평가할 때 생기는 위험 4가지 표. 평가 시점 문제, 통제 불가능한 외부요인 혼입, 수치 관리로 쏠리는 행동 왜곡, 부서 간 제로섬 경쟁을 정리한 도표
KPI 결과만으로 평가할 때 생기는 위험 4가지 표. 평가 시점 문제, 통제 불가능한 외부요인 혼입, 수치 관리로 쏠리는 행동 왜곡, 부서 간 제로섬 경쟁을 정리한 도표

3. 그럼 결과평가만 빼면 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결과평가를 빼고 과정만 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열심히 활동은 했는데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를 걸러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결과평가와 과정평가를 함께 보는 것입니다. 결과평가는 KPI라는 수치로 '무엇을 만들어 냈는가'를 보고, 과정평가는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를 봅니다. 두 평가는 서로의 약점을 메워 줍니다. 결과평가의 약점(늦은 시점, 외부요인, 행동 왜곡)은 과정평가가 메우고, 과정평가의 약점(평가자 주관 개입, 성과와 무관할 가능성)은 결과평가가 메웁니다.

이 두 평가를 실무에서 어떻게 설계하고 비중을 나누는지는 지난 연재⑧에서 인사팀 사례로 자세히 다뤘습니다. 오늘은 그 과정평가를 더해도 잘 풀리지 않는 문제, 바로 부서 간 경쟁을 어떻게 풀 것인지에 조금 더 집중해 보겠습니다.

4. 줄다리기를 멈추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앞의 줄다리기 비유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줄다리기에서 두 팀이 반대로 당기는 것을 멈추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같은 방향을 보게 만드는 것이죠.

방법은 부서 KPI에 상대 부서의 지표를 일부 함께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교차지표라고 부르겠습니다.

영업팀 KPI를 매출 100으로만 채우는 대신, 매출 지표에 생산팀의 불량률이나 납기 준수율 지표를 일부 포함시킵니다. 예를 들어 매출 80에 생산 관련 지표 20을 더하는 방식입니다(생산팀에 넘기는 부담이 완전히 지배적이지 않다면 20 정도를 출발점으로 잡고, 실제로 두 팀의 행동이 달라지는지 보면서 조정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영업팀 입장에서는 무리한 납기 요청이 곧 자신의 평가에도 영향을 주므로, 생산팀에 무조건 서두르라고 요구하는 대신 현실적인 일정을 함께 찾게 됩니다. 생산팀 KPI에도 마찬가지로 매출 관련 지표를 일부 반영하면, 생산팀도 무조건 자기 속도만 지키기보다 영업 상황을 고려해 조율할 이유가 생깁니다.

이 방법은 금융권에서도 종종 쓰는 방식인데요. 영업팀 지표에 대출 실적뿐 아니라 심사팀이 중요하게 보는 연체율을 함께 반영하고, 심사팀 지표에도 대출 실적을 일부 반영하는 식입니다. 그러면 영업팀은 무리한 대출을 밀어붙이지 않고, 심사팀도 지나치게 깐깐하게만 굴지 않게 되는 것이죠.

교차지표를 설계하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우리 팀의 결과가 다른 팀에 부담을 넘기는 방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고, 그 부담에 해당하는 지표를 우리 팀 KPI에도 일부 끌어오면 됩니다.

결과평가만 볼 때와 결과평가·과정평가·교차지표를 함께 볼 때를 비교한 표. 평가 시점, 외부요인, 행동 왜곡, 부서 간 관계 네 항목에서 차이를 정리
결과평가만 볼 때와 결과평가·과정평가·교차지표를 함께 볼 때를 비교한 표. 평가 시점, 외부요인, 행동 왜곡, 부서 간 관계 네 항목에서 차이를 정리
영업팀과 생산팀의 교차지표 설계 예시표. 교차지표 반영 전에는 매출 100, 불량률·생산효율 100이던 지표를 반영 후 매출 80과 생산 지표 20, 생산 지표 80과 매출 관련 지표 20으로 재구성한 사례
영업팀과 생산팀의 교차지표 설계 예시표. 교차지표 반영 전에는 매출 100, 불량률·생산효율 100이던 지표를 반영 후 매출 80과 생산 지표 20, 생산 지표 80과 매출 관련 지표 20으로 재구성한 사례

5. 오늘 평가표에서 확인해 보실 두 가지

정리하겠습니다. KPI 수치 하나로만 평가하면 시점이 늦고, 외부요인이 섞이고, 행동이 왜곡되는 세 가지 위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서 KPI가 서로 연결되지 않으면 이 위험은 부서 간 제로섬 경쟁으로까지 번집니다.

이번 주에 여러분들 회사의 평가표를 열어 두 가지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결과 수치 옆에 과정(성과활동)을 평가하는 항목이 함께 있는지입니다. 없다면 연재⑧에서 다룬 방식으로 채워 넣으시기 바랍니다.

둘째, 우리 팀 KPI가 좋아질 때 다른 팀 KPI가 나빠지는 구조는 아닌지입니다. 그렇다면 그 팀의 지표를 우리 팀 평가에도 일부 끌어와 보시기 바랍니다.

성과목표부터 성과활동, KPI 선정까지 단계별로 정리할 수 있는 워크시트는 자료실에서 무료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자주 받는 질문

Q. 교차지표 비중은 어떻게 정하나요?

A. 절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만, 우리 팀의 결과가 다른 팀에 넘기는 부담이 클수록 그 지표의 비중을 높이시면 됩니다. 처음에는 20 정도로 작게 시작해, 두 팀의 행동이 실제로 달라지는지 보면서 조정하시기 바랍니다.

Q. 부서가 셋 이상으로 얽혀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A. 모든 부서를 다 엮을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부담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는 두 부서만 우선 연결하시고, 나머지는 결과평가와 과정평가를 함께 쓰는 기본 설계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Q. OKR에서는 왜 평가와 지표를 분리하라고 하나요?

A. 지표가 평가나 보상과 바로 연결되면 사람들이 달성하기 쉬운 목표로 눈높이를 낮추기 때문입니다. KPI도 같은 위험이 있으니, 도전적인 목표를 다루는 지표일수록 과정평가의 비중을 높여 이 위험을 줄이시기 바랍니다.

Q. 팀 간 경쟁이 전혀 없어도 교차지표가 필요한가요?

A.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교차지표는 문제를 예방하는 장치이지 모든 조직에 필수인 것은 아닙니다. 먼저 연재⑦에서 다룬 방식으로 팀 KPI를 점검해 보시고, 실제로 부딪히는 지점이 보일 때 도입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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