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과 배치에도 KPI를 사용할 수 있나요? 느낌 대신 지표로 사람을 고르는 순서 (연재⑪)

강의장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KPI는 평가할 때 사용하는 것 아닌가요? 채용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채용과 배치야말로 지표가 가장 필요한 자리인데요. 한 사람을 어디에 쓸 것인지는 되돌리기가 가장 어려운 의사결정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글의 핵심을 먼저 세 줄로 정리하겠습니다.
하나. 야구 감독은 9회말 2사 만루에서 투수를 교체할 때 평균자책점이나 방어율 같은 지표 하나만 보지 않고, 그 상황이 요구하는 성과와 직결된 지표 몇 개를 함께 봅니다. 채용과 배치도 같은 구조입니다.
둘. 채용 기준은 그 직무의 성과목표로부터 파생되어 만들어집니다. 성과목표가 설정되어야 성과활동이 도출되고, 성과활동이 도출되어야 지원자에게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심사해야 할지가 정해집니다.
셋. 기준을 미리 정해 두고 그것을 기준으로 지원자에게 해당 요건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구조화 면접은, 면접관이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을 묻는 면접보다 입사 후 성과를 훨씬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지난 연재⑩에서는 이미 함께 일하고 있는 구성원에게 성과 피드백을 어떻게 전달할지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앞 단계, 그러니까 애초에 어떤 사람을 그 자리에 채용하고 배치할 것인지를 여러분들과 함께 다뤄 보겠습니다.
1. 9회말 2사 만루, 감독은 무엇을 보고 투수를 기용할까요?
야구 경기에서 9회말 2사 만루, 동점 상황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이때 감독은 어떤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야 할까요?
이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볼넷입니다. 만루이니 볼넷 하나면 3루 주자가 그대로 홈을 밟아 경기가 끝나 버립니다. 다른 하나는 안타입니다. 안타 한 방이면 역시 경기가 끝나 버리죠.
그래서 노련한 감독은 투수들의 여러 지표 가운데 삼진율이 높고 볼넷률이 낮은 투수, 그리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안타를 적게 맞은 투수를 마운드에 올립니다. 삼진율이 높으면 타자를 베이스에 내보내지 않고 이닝을 끝낼 가능성이 크고, 볼넷률이 낮으면 볼넷 하나로 어이없이 경기를 내주는 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감독이 평균자책점을 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평균자책점은 낮지만 볼넷을 많이 내주는 투수라면, 다른 상황에서는 좋은 선택이어도 지금 이 만루 상황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즉 감독은 지금 이 자리에서 만들어야 할 성과가 무엇인지를 먼저 정하고, 그 성과와 직결된 지표를 골라서 판단합니다.
만약 감독에게 이런 지표가 하나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왠지 저 선수가 잘 던질 것 같다"라는 직감이나 "저 선수가 우리 팀 에이스니까"라는 막연한 판단으로 투수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이 빗나갔을 때 왜 그 선수를 올렸는지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2. 우리 조직은 지금 무엇을 근거로 사람을 채용하고 있을까요?
조직의 인사도 이와 똑같습니다. 어떤 사람을 새로 채용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사람을 어느 자리에 배치할 것인가는 조직의 성과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의사결정입니다.
그런데 많은 조직에서 이 결정이 여전히 느낌이나 연차, 혹은 관계에 기대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면접이 끝난 뒤 회의실에서 오가는 말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인상이 좋던데요", "그래도 그쪽 업계에서 오래 하신 분이니까요" 같은 말이 결정을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면접관들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그 자리가 만들어야 할 가장 중요한 성과라는 기준점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준이 없으면 사람은 판단의 빈자리를 자기가 아는 것으로 메웁니다. 인상, 학력, 연차처럼 눈에 바로 보이는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죠.
여기에 한 가지 어려움이 더 있습니다. 지원자가 제출하는 이력서에 적힌 것은 대부분 '무엇을 했는가'의 목록입니다. 그 일을 해서 '무엇을 만들어 냈는가'는 잘 드러나지 않죠. 이 둘의 차이는 연재②에서 다룬 Do와 Be의 구분과 정확히 같습니다. 기준이 없으면 면접관은 Do의 목록을 보고 Be를 짐작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3. 채용 기준은 어디에서 내려오나요?
기준을 새로 만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연재에서 계속 사용해 온 순서를 그대로 내려오시면 됩니다.
그 직무의 성과목표 → 그 목표를 달성하는 성과활동 → 그 활동을 잘 실행하려면 필요한 역량과 자격 → 그것을 확인하는 질문과 지표(KPI)
고객지원 담당자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ㄱ. 성과목표를 먼저 설정합니다. 이 직무가 만들어야 할 상태를 문장으로 적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이탈하는 고객의 비율을 낮춘다'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성과목표를 문장으로 설정하는 방법은 연재④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ㄴ. 그 성과목표를 달성하는 성과활동을 도출합니다. '접수된 불만을 원인 유형별로 분류하고, 반복되는 원인을 없앨 개선안을 관련 부서에 전달한다' 와 같은 내용들을 기록하시면 됩니다. 성과활동을 What·How·When으로 정리하는 방법은 연재⑤에 있습니다.
ㄷ. 그 성과활동을 잘 실행하려면 어떠한 지식과 기술을 갖춰야 하는지가 바로 요구역량, 직무역량에 해당됩니다. 위 활동이라면 불만의 원인을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는 분석력, 그리고 다른 부서를 움직여야 하므로 부서 간 조율 능력이 여기에 해당하겠죠.
ㄹ. 마지막으로 그 역량을 어떻게 확인할지를 정합니다. 성과활동 문장을 그대로 질문으로 바꾸면 됩니다. "반복되는 고객 불만을 원인별로 분류해 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 분류로 통해 실제 어떤 개선안을 제시했고 그것을 통해 어떤 결과를 바꾸셨습니까?"처럼요.
(개념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일 뿐이며, 회사와 직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순서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앞 항목이 비어 있으면 뒤 항목을 도출할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성과목표 없이 요구역량부터 채우면 역량 사전에서 그럴듯한 단어를 골라 넣는 일이 되고, 그렇게 넣은 역량은 면접에서 무엇을 물어야 할지 알려 주지 못합니다.

여기까지의 내용은 사실 직무기술서에 이미 기록되어 있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직무기술서에 성과목표와 성과활동, 요구역량이 정리되어 있다면 채용 기준은 그것을 옮겨 적는 일에 가까워집니다. 양식이 필요하시면 직무기술서 양식을 자료실에서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면접에서는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기준이 정해졌다면 이제 면접의 방식이 달라집니다.
면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미리 정한 질문과 평가 기준을 모든 지원자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구조화 면접이고, 다른 하나는 정해진 형식 없이 면접관이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을 묻는 비구조화 면접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인사선발 분야의 100년치 연구를 종합한 슈미트·오·셰퍼의 2016년 연구를 보면, 입사 후 성과를 얼마나 잘 맞히는지를 나타내는 예측타당도가 구조화 면접은 0.51, 비구조화 면접은 0.38이었습니다. 여기에 인지능력 검사를 함께 사용하면 0.76까지 올라갔고, 이 조합은 연구가 비교한 모든 선발 방법 가운데 가장 높은 축에 속했습니다.
이 숫자를 저는 이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구조화 면접이 더 정확한 이유는 면접관이 더 유능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확인할지가 면접 전에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기준이 같으니 지원자들을 같은 잣대에 놓고 비교할 수 있고, 면접관의 그날 기분이나 첫인상이 끼어들 여지가 줄어듭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3장을 건너뛰면 구조화 면접은 만들 수가 없습니다. 미리 정할 질문이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과활동이 있어야 그 활동의 경험을 묻는 질문이 나오고, 그 질문들이 모여야 질문지가 됩니다.

5. 이미 함께 일하는 사람을 배치할 때는 무엇이 달라지나요?
배치는 채용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시작합니다. 감독으로 치면 이렇습니다. 감독이 다른 팀에서 선수를 영입할 때는 남이 기록해 준 성적표를 믿어야 하지만, 이미 자기 팀에 있는 선수를 마운드에 올릴 때는 그 선수가 우리 팀에서 어떤 상황에 어떻게 던졌는지를 직접 봐 왔습니다. 판단이 훨씬 정확해지는 것이죠.
조직도 같습니다. 이미 함께 일하고 있는 구성원에게는 KPI 수치와 성과활동의 실행 기록이 쌓여 있습니다. 새로 맡길 자리의 성과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직결된 지표에서 좋은 기록을 남긴 사람을 찾으면 됩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KPI 수치만 놓고 배치를 결정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연재⑨에서 말씀드린 대로 KPI 수치에는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이 섞여 들어옵니다. 시장이 좋아서 오른 숫자인지, 그 사람이 잘해서 오른 숫자인지는 수치만으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치와 함께 그 수치를 만들어 낸 성과활동을 얼마나 충실히 실행했는지를 반드시 함께 보셔야 합니다.
6. 지표로 사람을 고르면 무엇이 좋아지나요?
두 가지가 달라집니다.
첫째, 인사 의사결정의 정확도가 올라갑니다. 직감이나 인상에 기대던 결정이 근거에 기반한 결정으로 바뀌기 때문에, 잘못된 채용이나 배치 실패의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인사 의사결정의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왜 그 사람을 뽑았는지, 왜 그 자리에 그 사람을 배치했는지를 객관적인 근거로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인사 결정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쪽은 언제나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인데요. 그분들에게 "그냥 그렇게 정해졌습니다"라고 말하는 회사와 "이 자리는 이런 성과를 만들어야 하고 그래서 이런 기준으로 판단했습니다"라고 말하는 회사는, 이후에 남는 신뢰의 크기가 전혀 다릅니다.
야구 감독이 지표 없이 직감으로만 투수를 운영한다면 한두 경기는 운으로 이길 수 있어도 시즌 전체를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기는 어렵습니다. 조직의 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7. 오늘 채용 기준표에서 확인해 보실 세 가지
정리하겠습니다. 채용과 배치의 기준은 그 자리가 만들어야 할 성과에서 내려오고, 그 기준이 있어야 면접에서 무엇을 확인할지가 정해집니다.
다음 채용 공고문 작성과 평가표 제작의 기준이 되는 직무기술서에서 다음의 세 가지만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그 자리가 만들어야 할 핵심적인 성과목표가 정확히 명시되어 있습니까?
둘째, 그 성과를 만드는 고성과자들의 행동특성인 성과행동이 무엇인지 적혀 있습니까?
셋째, 면접관 전원이 같은 질문으로 그 행동의 경험을 확인하고 있습니까?
세 칸이 모두 비어 있다면 면접 방식을 손보실 것이 아니라 직무기술서부터 다시 보셔야 합니다.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질문만 다듬으면, 여전히 인상으로 판단하면서 그 판단에 그럴듯한 이름만 붙이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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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받는 질문
Q. 경력 지표가 없는 신입 채용에도 사용할 수 있나요?
A.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신입은 과거 KPI 기록이 없으므로 지표 대신 요구역량 쪽에 무게를 두시면 됩니다. 성과활동에서 도출한 역량을 학교 과제나 동아리, 아르바이트 경험에서 확인하는 질문으로 바꿔 물으시면 됩니다. 확인하려는 역량이 무엇인지가 정해져 있다는 점은 경력 채용과 똑같습니다.
Q. 지원자가 말하는 이전 회사의 KPI 수치를 그대로 믿어도 되나요?
A. 수치 자체보다 그 수치를 만들어 낸 활동을 물으시기 바랍니다. "그 수치를 올리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물으면, 본인이 만든 성과인지 환경이 만든 성과인지가 답변의 구체성에서 드러납니다.
Q. 질문을 미리 정해 두면 면접이 딱딱해지지 않나요?
A. 구조화 면접은 대본을 읽는 면접이 아닙니다. 모든 지원자에게 반드시 확인할 질문을 정해 두는 것이고, 그 답변을 따라가며 더 깊이 묻는 것은 면접관의 몫입니다. 확인할 것이 정해져 있으면 오히려 대화에 더 집중하실 수 있습니다.
Q. 직무기술서가 아예 없는데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A. 지금 채용하려는 그 직무 하나만 먼저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전사 직무기술서를 다 만든 뒤에 채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자리의 성과목표 한 문장과 성과활동 두세 개만 적어도 면접 질문은 만들어집니다.
바로 쓰실 수 있는 양식
이 글의 내용을 실무에 적용할 때 쓰는 자료입니다. 회원가입 없이 내려받으실 수 있습니다.
- KPI 양식 (엑셀) — 성과목표부터 KPI 선정까지 단계별 워크시트KPI를 도출하려고 자리에 앉으면 가장 먼저 막히는 것이 '무엇부터 적어야 하는가'입니다. 이 엑셀 양식은 그 순서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든 KPI 도출 워크시트입니다. 두 가지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Basic Level은 성과목표 설정, 성과활동 찾기, KPI 도출하기의 3단계로 되어 있어 처음 KPI를 만들어보는 팀이 쓰기 좋습니다. Advanced Level은 상위조직의 성과목표와 핵심성공요인에서 출발해 기대역할 명확화, 성과목표 설정, 핵심성공요인 도출, 성과활동 찾기, KPI 도출까지 6단계로 이어지며, 조직 전체의 지표 체계를 정렬할 때 사용합니다. 각 단계마다 채워야 할 칸이 정해져 있습니다. 핵심과업을 적고 목적어와 목적보어로 성과목표를 다듬는 칸, 영향요소를 나열한 뒤 Grouping(요인화)으로 핵심성공요인을 뽑아내는 칸, 성과활동을 What·How·When으로 구체화하는 칸, 그리고 PI 후보를 널리 펼친 뒤 결과지표와 선행지표로 나누어 KPI를 선정하는 칸으로 이어집니다. KPI를 지표 목록부터 만들지 않고 성과목표에서 출발하도록 설계한 것이 이 양식의 핵심입니다. 순서를 건너뛰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몇 달 뒤에는 아무도 보지 않는 지표가 만들어집니다. 회원가입 없이 무료로 내려받으실 수 있습니다. 각 칸을 채우는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방법은 저서 『KPI는 어떻게 당신의 성과가 되는가』와 동영상 교육에서 자세히 다룹니다.xlsx다운로드 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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